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의 세바시 강연 내용입니다. 오늘 이 포스팅이 반복되는 연애실패로 인해 지친 이들을 위한 것뿐 아니라, 좀처럼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지금 이 순간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존감과 관련된 그 무엇
좀처럼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자존감을 높여 봤지만 다시 무너지는 것이 반복되는 분들을 보면서 그 이면에는 '사랑과 관련된 상처'가 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이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여러분은 '사랑'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긍정적인 단어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마음의 상처, 마음 아픈 일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경우가 번번이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애정을 충분히 받아야 할 시기에 애정을 받지 못했다는 애정 결핍에 시달리고 있거나 사랑을 충분히 받기는 받았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별을 맞이하거나 사랑의 상실을 경험한 분들 같은 경우에는 남몰래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치 제가 '물'이라는 주제를 떠올렸을 때처럼 말입니다.
*[저자의 사례] : 물이 남긴 후유증
윤홍균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서 떠내려갔다. 그때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다행히 사람들이 빨리 발견을 해서 구조되었고 몸에 상처는 남지 않았지만, 공포를 경험한 그 순간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괴롭혔고 '가족들은 왜 나를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서운함을 비롯해 악몽에도 시달렸다.
그렇게 그 순간부터 '물'은 씻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 물놀이만 가면 예민해져서 꼭 친구들이랑 싸우는 것을 경험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물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게 되는 게 더 두려웠다. '물'에 대한 문제는 기억과 감정의 문제였으나 이것을 은폐하고 부정하려다 보니, 자신의 몸과 성격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것을 물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이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누군가는 사랑하면 차별, 배신, 환승, 이별, 버림받음 같은 단어들하고 연결을 합니다. 어떤 분은 어느 날 라디오에서 엄마의 사랑에 관련된 사연을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엄마가 그립거나 엄마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라디어 진행자가 "엄마는 늘 우리 편이잖아요"라는 말을 했는데 자신은 엄마한테 따듯한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상기되어 서러움이 폭발한 것이지요.
더불어 우리 엄마는 내 편을 들어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저 라디오 진행자는 나 같은 사람의 사연은 아예 생각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 극도로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을 사랑해야 된다' 라는 말이 와닿을 리가 없습니다. 자신이 받아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사랑을 하겠나라는 생각이 고조되면서 점점 더 외로워집니다.
덧나는 상처
애정 결핍 혹은 사랑과 관련된 상처가 자꾸 덧나는 분들, 그래서 사랑할 용기를 못 찾는 분들을 '불안정형 애착'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사랑이 눈앞에 있어도 그것을 마음 편히 누리지를 못합니다.
사랑이 눈앞에 있어도 지나간 사랑의 상처가 자꾸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 사람도 또 떠나가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고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좋은 사랑을 준 적은 있는데 이 사람들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누리지도, 느끼지도, 즐기지도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현상이 반복되면 지친 상대가 떠나버리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은 다음분을 만나도 반복됩니다.
집착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사랑이라고 하는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자꾸 악순환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자기 인생에 만족을 하며 자존감을 높일 수가 있을까요.
지금부터 할 일
무리하지 말고 하나하나씩 해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저는 해수욕장에서 떠내려갔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직도 겁이 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수영 강습을 받았는데, 첫날 물을 다 무서워하는 우리들을 모아놓고 '새우등 뜨기'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물에서 붕 뜨는 경험을 하게 되었죠. 저한테는 상당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물' 하면 가라앉는 것만 계속 생각했었거든요. 새우등 뜨기, 발장구 치기, 허공에서 손동작 연습하기.
이렇게 한 3주 정도가 지나니까 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자유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는지 심리학 공부도 좀 해보고, 비폭력 대화라는 건 뭔지 대화에 대한 연습도 해보고 훈련을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게 꼭 젊은 남녀의 뜨거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 가족, 주변의 동료들을 대상으로 연습을 해봤으면 합니다. 내가 나중에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를 대비해서요.
예를 들면 누가 생일이라 그러면 진심으로 축하도 해주고, 힘들어하고 있으면 좀 위로도 해주고 공감도 해주는 연습을 해보자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이 문장을 따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힘들었겠다."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는 이 말을 안 해서 생긴 상처더라고요.
살다 보면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할 수도 있고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고 회사에서 인정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그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를 못 들어서 이 응어리가 10년, 20년 가는 경우들을 많이 봤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힘듦을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생각만 들어도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힘들었겠구나
제가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이것입니다. 저는 힘들어하는 분들을 앉혀놓고 정말 힘드셨겠어요. 이 말을 생략하고 너무 빨리 해결책을 제시했다가 낭패를 본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결국 사랑과 관련된 상처는 양질의 상처를 받았을 때 해결이 많이 됩니다. 누군가가 나를 다독여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준다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것도 꽤나 좋은 일입니다. 내가 남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갖추어도 우리의 자존감은 부쩍 올라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보인다면 꼭 말해주세요.
"힘들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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